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듀랑고 노트 #1
사람들은 처음엔 화장실 때문에 고민했다. 1주일이 지나자 고민하는 사람은 없어졌다.
듀랑고 노트 #2
변호사들은 나뭇잎에 명함을 파서 돌렸다.
듀랑고 노트 #3
달력을 만들려고 천문을 살폈다. 하지만 생존에 바빴다. 원시인들은 멍청한 게 아니라 격무에 시달릴 뿐이었다.
듀랑고 노트 #4
1943년에 온 미군과 독일군 항공기가 첫 공중전을 치렀다. 둘 다 착륙 중 바다에 빠졌다. 1차 대전 때 항공기가 왔다는 주장도 있으나 정설은 아니다.
듀랑고 노트 #5
간혹 채굴 중 카타콤을 발견한다. 이 카타콤이 통째로 워프로 넘어온 것인지 워프로 넘어온 사람들이 만든 것인지는 불명이다.
듀랑고 노트 #6
처음에 생택쥐페리만 찾아 다녔다. 그 친구도 같은 이유로 여기 왔을 거라고 생각했다.
듀랑고 노트 #7
영어가 가능한 백부장을 만나 '글래디에이터'를 보여줬다. 고증을 묻자 맞는 부분도, 다른 부분도 있다고 답하더라. 나중에 그는 부족군 중대장으로 참전했다.
듀랑고 노트 #8
워프 신화의 종말론은 인기가 많았다. 최후의 날에 큰 워프가 일어나 모든 듀랑고인이 지구로 돌아가 지구의 1등 시민이 될 것이란 게 내용이다.
듀랑고 노트 #9
탐험 지점의 워프장이 무전기에 일으키는 노이즈만큼 돈 냄새 나는 소리는 없다.
듀랑고 노트 #10
여러 시대의 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걸 보면, 황금시대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게 된다.
듀랑고 노트 #11
'예전엔 인터넷이란 게 있었지.' '아버지. 그 얘기 좀 그만 해요. 저 사냥 나가야 한다고요.'
듀랑고 노트 #12
언젠가는 이곳에도 CEO, 귀족, 학살자가 나오겠지만 오늘은 랩터를 피해 굴에서 자야 한다.
듀랑고 노트 #13
조난자는 모두 낯선 땅에 온 이민자이다. 그리고 그들은 정체성을 낳는다. 정체성은 자라서 조난자를 배척한다.
듀랑고 노트 #14
'여기 온 뒤로는 정신이 없네요.' '지구에서도 딱히 정신이 있던 건 아니잖습니까?'
듀랑고 노트 #15
처음 왔을 땐 엄청 긴장했어요. 야만인이 사람들 피부를 벗겨 거꾸로 매다는 건 아닌가? 다행히 아직은 공룡이 사람들 피부를 벗깁니다. – 무두장이
듀랑고 노트 #16
첫날밤엔 각자가 지구에서 했던 일을 얘기했다. 1년이 지난 뒤엔 듀랑고에서 하는 일만 얘기했다. 선입견과 달리 사람들은 현실을 잘 직시했다.
듀랑고 노트 #17
체념은 최고의 동력원이다. 아침마다 지구의 가족을 생각하면서도, 점심 때는 새로 쓸 사냥 장비의 경제성을 논한다.
듀랑고 노트 #18
종교는 듀랑고에 맞게 교리를 재해석했고 신자의 숫자는 큰 변동이 없었다.
듀랑고 노트 #19
모두가 똑같이 낯선 진흙탕에 곤두박질쳤지만, 누군가는 늪에 빠져 죽고 누군가는 왕홀을 잡습니다. – 방랑자
듀랑고 노트 #20
지구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나 듀랑고 어느 섬에서 잠들다. 지구에서 1967-1991, 이어서 듀랑고에서 20년. – 시간 표기를 고민한 어느 무덤
듀랑고 노트 #21
내 시아버지는 지구 시간으로 나보다 늦게 태어났습니다. 두 곳의 시간이 늘 동기적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요. – 익명
듀랑고 노트 #22
아내와 나는 각각 1744년, 1983년에 태어났습니다. 둘 다 런던 사람이고 생물학적 나이는 내가 4살 더 많았습니다. 아내가 여기 오기 전에 낳은 아이 셋은 내 조상일지도 모르죠. – 아무개
듀랑고 노트 #23
듀랑고에 온 누군가는 워프에 감사했다. 그의 가설이 워프로 입증됐기 때문이었다. 동료 학자들의 축하 전화는 받을 수 없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다.
듀랑고 노트 #24
'듀랑고에서 며칠 지내면서 느낀 건데. 여기에서도 서로 싸우기만 하고, 인간은 정말 잔인해요.' '내가 신입이 저 말 할 거랬지? 내가 이겼어. 다들 고기 내놔.'
듀랑고 노트 #25
사냥꾼은 비행기 잔해 더미에서 나를 구하고는 말했다. '아래 깔린 사람들말야. 다 죽었어. 저런 걸 뭐라는지 알아?' '글쎄.' '구원이야.'
듀랑고 노트 #26
전쟁이 나자 젊은 사람들이 트럭에 실려 갔어. 까딱하단 죽는다 싶어서 밀항선을 탔는데 듀랑고로 온 거지. 오니까 군인들이 공룡을 타고 와서 젊은 사람을 데려가는 거야. – 어느 군인
듀랑고 노트 #27
워프하고 이빨이 몽땅 빠졌어. 탈선할 때 머리를 박았거든. 뭐가 웃기냐고? 치과에 갈 필요가 없어진 거지. 어차피 여긴 치과도 없고 말이야. – 치과를 싫어하는 사람
듀랑고 노트 #28
'저 신입 공룡 볼 때마다 소리 내는 것 좀 막아! 사냥을 할 수가 없잖아!' '고생물학 전공자였답니다.'
듀랑고 노트 #29
'사람들이 자신이 지구에서 대단했다고 하던데, 사실인가요?' '나는 미국의 왕이었고 영국의 대통령이었지.'
듀랑고 노트 #30
나름대로 인간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지구 부동산 거래하는 인간을 보고 회의감이 들었어. – 행상
듀랑고 노트 #31
지난 주에 A부족은 나치 독일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. A부족장은 2차 대전이 끝났다는 얘기를 믿지 않았다. B부족장도 진시황이 죽었다는 것과 불로초가 없다는 사실을 거부했다.
듀랑고 노트 #32
다른 섬을 방문하자 해안에서 뗏목을 탄 노인이 소리질렀다. '귀관은 영해를 침범했소! 퇴거하시오! 나는 이 섬의 보호자요!'
듀랑고 노트 #33
어느 부족은 부족장 이름을 대통령이라 부르다가 거창하다고 부통령으로 격하했다.
듀랑고 노트 #34
여긴 무법지대가 아닙니다. 자연법칙이 법 역할을 하죠. – 무명
듀랑고 노트 #35
입대하면 매일 고기 200g, 곡물 200g, 과일 100g을 지급하며 복무 기간 동안 기술 교육을 실시합니다. – 부족 모병 광고
듀랑고 노트 #36
지하철에서 매력적인 이를 보면 남은 인생을 상상한다. 목적지에 도달하면 상상에서 깨어난다. 그러나 지하철이 듀랑고로 오면 상상은 현실이 된다.
듀랑고 노트 #37
TID: THIS IS DURANGO.
듀랑고 노트 #38
듀랑고인의 듀랑고! 이방인을 몰아내자! – 어느 바위에 쓰인 글
듀랑고 노트 #39
흩어지면 잡아 먹히고 뭉치면 잡아 먹는다.
듀랑고 노트 #40
우린 고상하게 일컫자면 문명의 기획자, 솔직히 말하자면 원시인입니다. – 전직 개발자
듀랑고 노트 #41
우리가 <왕좌의 게임>을 다시 볼 수 있을진 불확실합니다. 하지만 <왕좌의 게임> 인물들처럼 죽을 건 분명합니다. – 어느 팬
듀랑고 노트 #43
죽은 아이를 보면 서글프다. 그래도 챙길 만한 것이 있나를 살핀다.
듀랑고 노트 #44
죽음은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다.
듀랑고 노트 #45
법이란 방역이 사라지면 사악함이란 역병이 유행한다. 그리고 사악함을 숙주로 삼는 역병 '양심'도 퍼진다.
듀랑고 노트 #46
이곳에선 다들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. 그렇다고 죽음이 관대한 건 아니다.
듀랑고 노트 #47
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에게, 지구는 발할라 같은 전설이 될 것이다. 발할라도 조상들이 살았던 곳일지도 모른다.
듀랑고 노트 #48
남쪽 섬의 전설에 따르면 움직이는 섬이 있다. 섬엔 활주로가 있고 비행기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. 그 섬에 가면 지구로 환승할 수 있다고 한다.
듀랑고 노트 #49
공룡을 길들이기는 어렵다. 사람이 공룡에 길들었으면 한데 그것도 쉽지 않다.
듀랑고 노트 #50
자칭 동물 전문가가 티라노사우루스와 교감하려고 했다. 어쨌건 둘은 하나가 되었다.
듀랑고 노트 #51
로마와 아즈텍, 송나라, 셀주크튀르크, 서부 개척시대, 수메르. 다양한 배경의 상대를 만났는데 다 나한테는 별 관심이 없더라. – 누군가
듀랑고 노트 #52
나는 아직도 가끔 공룡 사이로 버스를 몰아. 버스를 타고 왔으니 갈 때도 버스로 가는 게 논리적이지 않겠어? – 상상가
듀랑고 노트 #53
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워프를 저주했다. 나중엔 남의 워프보다 더 힘들었다고 자랑했다.
듀랑고 노트 #54
그는 갑자기 약속을 잡았다가 워프에 휘말린 것을 평생 사과했다. 전염병에 걸렸을 때나, 공룡을 잡다 왼팔을 잃었을 때나, 아이가 영양실조에 걸렸을 때도, 자신의 숨이 넘어가던 순간도 그랬다.
듀랑고 노트 #55
7일: 세상에…… 공룡이잖아! 정말 위험하고 신비로운 땅이야. 6개월: 저 공룡은 맛 없던데. 비추해요. 5년: 댁네 공룡이 내 울타리를 부쉈다고! 어떡할 거야? 30년: 아. 맞아. 지구에는 공룡이 없지. 자꾸 까먹네.
듀랑고 노트 #56
누군가는 지구에 있던 걸 자신이 발명한 것처럼 속이고 다녔다. 이름을 떨치려는 수작이었는데 잘 먹혔다. 앞으로 몇 백년은 모든 게 퍼블릭 도메인이다.
듀랑고 노트 #57
T부족은 미국의 51번째 주 가입을 천명했다. 연방정부와 의회에 문서를 발송했으나 답이 없다고 했다. T부족은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고 밝혔다.
듀랑고 노트 #58
C부족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땅의 영유권을 주장했다. D부족은 달의 영유권을 주장했으며, E부족은 빅뱅 이후 발생한 모든 것을 자기들 영토라고 주장했다.
듀랑고 노트 #59
워프 사고 후의 현장에서 시체를 찾아 묻곤 했다. 가장 인상적인 주검은 서로를 잡은 두 손이었다. 다른 부위는 집게로 주워야 했는데 두 손만은 떨어지지 않았다. 알고 보니 한 사람이었다.
듀랑고 노트 #60
듀랑고에 오면 생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공룡을 동물의 한 종류로 받아 들인다.
듀랑고 노트 #61
워프가 발생한 현장은 난장판입니다. 누가 죽든 말든 먼저 온 이들은 쓸 만한 것만 챙깁니다. 우리는 다릅니다. 우린 사람을 살립니다. – 회사
듀랑고 노트 #62
어느 상선은 듀랑고에 와서 정박할 곳이 없어 계속 항해했다. 선원들은 항해 동안 간단한 지도를 만들었다. 현재 듀랑고의 지도 대부분이 그 지도에 기초한다.
듀랑고 노트 #63
부족 기술자는 가죽 열기구에 사진기를 달아 사진을 찍었다. 이 항공사진은 행정과 군사 용도로 쓰였다. 야생과 현대는 꾸준히 타협점을 찾았다.
듀랑고 노트 #64
전쟁 중엔 피아식별을 위해 분을 모양내어 얼굴에 발랐다. 다른 부족의 분을 바르면 스파이 행위로 엄중 처벌되었다.
듀랑고 노트 #65
많은 부족장이 중상정책을 내세우며 화폐를 도입했지만, 일선에선 물물교환을 선호했다. 화폐 사용에 감세를 붙이자 조금씩 나아졌다.
듀랑고 노트 #66
지금은 듀랑고가 경계가 불명확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. 나중엔 군도의 이름이거나 지역, 행성의 이름일 수도 있다. 이 바다를 넘는다면 말이다.
듀랑고 노트 #67
어부 하나가 바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. 배를 띄워 다가가니 암초에 잠수정이 좌초됐다. 주변에는 알아볼 수 없게 적신 문서만이 가득했다.
듀랑고 노트 #68
'섬의 지질과 기온, 식생 등을 볼 때 듀랑고의 환경은 지구와는 다릅니다.' '저기. 그건 공룡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거든.'
듀랑고 노트 #69
'여기 사람들은 자기 살던 동네 이름을 갖다 붙였어. 그래서 시카고랑 베이징이 4km 밖에 안 떨어져 있어.' '항공료가 많이 절감되니 경영자들이 좋아하겠네요.'
듀랑고 노트 #70
나는 듀랑고 사람이 아니라 지구로 돌아갈 사람이다,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. 부족원 여러분! 주인정신을 가집시다. – 어느 부족의 동기부여강사
듀랑고 노트 #71
사람들은 자기가 자란 기후를 선호했다. 그래서 온대 섬에서 대규모 전쟁이 잦게 일어났다.
듀랑고 노트 #72
전에 만난 사람이 인간 화석을 발굴했다고 주장했다. 그러면 과거의 우리를 석유로 쓸 수 있겠지.
듀랑고 노트 #73
인류는 워프를 두려워하지만 결국 원리를 밝혀낼 것이다. 한 세대가 이룰 수 없더라도 생각은 이어진다. 나는 못 하겠지만 말이다. – 보통 사람
듀랑고 노트 #74
앙코라가 그리워지면 듀랑고에 적응한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75
사냥꾼은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밀림의 천막에서 약초 냄새를 맡으며 임종한다.
듀랑고 노트 #76
사냥을 가면 두 번 기도하고 바다에 가면 세 번 기도하고 티라노를 홀로 만나면 신이 자신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니, 기도하지 마라.
듀랑고 노트 #77
할머니는 농부였고 어머니는 프로그래머였고 나는 다시 농부가 되었다.
듀랑고 노트 #78
누군가는 야생의 땅을 절망이라 본다. 누군가는 인간이 저지른 실수를 개선할 기회라고 한다. 누군가는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단지 살아가기만 한다.
듀랑고 노트 #79
물질은 나락으로 떨어져도 생각은 횃불처럼 옮겨 붙는다. 진보는 더딘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우리를 앞서 나가고 우리는 구세대가 되어 서서히 큰 빛에 잠길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80
'여긴 정말 역겹고 지저분하고 추악한 곳이야.' '자네가 온 다음부터 그래.'
듀랑고 노트 #81
시대에 따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보는 방법은 다르다. 지구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듀랑고를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?
듀랑고 노트 #82
티라노사우루스를 잡는 법은 간단하다. 콤프소그나투스를 찾아 티라노사우루스라고 이름 붙인다.
듀랑고 노트 #83
사냥꾼들이 잡았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숫자는 실재하는 랩터의 숫자보다 더 많을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84
내 형은 진짜 운이 나빠. 워프 때 배가 침몰하는데도 빠져 나왔고, 전염병도 버텼고, 전쟁에서 추격당하면서도 살아남았는데…… 결혼을 하게 됐대.
듀랑고 노트 #85
겨울철에 툰드라 섬은 관광객들로 들끓는다. 비록 지난 주에 친구가 전염병으로 죽더라도 삶은 계속 된다. 지옥에서도 놀 사람은 논다.
듀랑고 노트 #86
어릴 적에 어머니가 닭을 잡는 것을 봤다. 피를 내고, 깃털을 뽑고, 내장은 손질해 끓는 물에 넣었다. 어머니가 집에서 그런 일을 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했다.
듀랑고 노트 #87
공룡 고기는 닭고기와 비슷한 맛이 난다. 하지만 통째로 접시에 올리기 힘들다.
듀랑고 노트 #88
몸은 남자이나 자신을 여자로 인지하며 여성애자이기에, 레즈비언 부족의 가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.
듀랑고 노트 #89
비행기가 추락하는 와중에 사무실 서랍에 동료들 욕을 잔뜩 쓴 수첩을 두고 왔다는 게 생각났다. 이제 듀랑고에서 밖에 살 수 없을 것 같다.
듀랑고 노트 #90
이곳에서 태어난 아이가 묻는다. '호랑이가 뭐야?' '스밀로돈이랑 비슷한데 송곳니가 짧고 몸이 황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어.'
듀랑고 노트 #91
불안정섬에서 태어난 아이가 묻는다. '코끼리가 뭐야?' '데이노테리움처럼 코가 긴데 크기는 트리케라톱스보다 좀 더 작아.'
듀랑고 노트 #92
바다에서 태어난 아이가 묻는다. '대왕고래가 뭐야?' '어떤 동물보다도 큰 동물이야. 브라키오사우루스보다도 더 커.'
듀랑고 노트 #93
이곳에서 드디어 종이 없는 사무실을 실현했습니다. 종이가 없어요. – 어느 사무원
듀랑고 노트 #94
'여기 오니까 사람 손으로 피라미드를 지었다는 게 확실해졌어.' '그걸 어떻게 아는데?' '나도 지었어.'
듀랑고 노트 #95
듀랑고는 민주주의부터 전제독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했다. 지구랑 같아 사람들은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.
듀랑고 노트 #96
누군가는 듀랑고 생태계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. 그럼 사람들은 말해준다. '우린 모두 워프했어. 이 세상을 지탱할 근거는 이곳에 있을 테니 연구해보자.'
듀랑고 노트 #97
적어도 듀랑고는 기회의 평등은 제공한다. 아무에게도 기회를 안 준다.
듀랑고 노트 #98
우리는 원시사회를 21세기 언어로 살았다. 이런 식이었다. '이번에 건조한 뗏목은 플랫폼이 불안정하고 UX를 고려하지 않았다. 부족 중기 목표인 해상수송 정보체계에 부적합해 제작자를 징계하였다.'
듀랑고 노트 #99
만국의 원시인이여 단결하라. 쇠사슬부터 만들어 보자.
듀랑고 노트 #100
안 좋은 것들의 대체재가 가장 먼저 발견되었다.
듀랑고 노트 #101
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키는 지구 출신보다 작았다. 지구에서 온 사람들은 고대의 거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102
이곳을 공룡 아포칼립스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. 그저 사고로 모든 걸 잃고 거친 땅에 아무런 기반도 없이 처박혀 사망률이 높아졌을 뿐이다.
듀랑고 노트 #103
워프를 쫓는 추적자들은 동맹을 만들었다. 그들은 지구로 가는 워프가 존재할 것이라 믿고 정보를 수집했다. 정보가 모이자 동맹은 특권층이 되고 목적을 상실했다.
듀랑고 노트 #104
전직 공화당원은 말했다. '여긴 민주당원이 없을 줄 알았지.'
듀랑고 노트 #105
공룡들은 냉전 당시에 미국, 소련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.
듀랑고 노트 #106
인간의 성대가 낸 첫 소리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공룡을 본 듀랑고인의 첫 말은 잘 알려져 있다. '우리 모두 X됐군.'
듀랑고 노트 #107
식인 이야기는 어디서나 전해진다. 어느 섬은 기근 때 있지도 않던 공룡에게 143명이 물려 죽었다. 주검은 태운 뒤 사람의 위장을 거쳐 매장하는 독특한 장례를 치렀다.
듀랑고 노트 #108
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날 죽일 수도 있으니까 죽였어요. 엽기적으로 들리는 거 아는데 안 그랬으면 내가 살해됐을 겁니다. – 살인자
듀랑고 노트 #109
내심 땅에 고인 항공유에 공룡이 발을 담그는 순간 타임 패러독스로 워프가 발생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니더군요. – 신비주의 성향 워프 추적자
듀랑고 노트 #110
창 밖에 공룡이 보이자 기장이 방송을 했다. '다음 항공편은 적어도 6천5백만년 이후로 예정되오니 승객과 승무원 여러분은 비상착륙에 대비하여 주십시오.'
듀랑고 노트 #111
바다에서 태풍 사이에 거대한 빛을 보았다. 빛은 터널 같았고 약간의 진동을 겪었지만 큰 충격은 없었다. 그래서 나중에 그게 워프란 걸 알았을 때 대부분이 실망했다.
듀랑고 노트 #112
면접을 보기로 한 날에 탄 버스가 듀랑고로 왔다. 다행히 면접관도 전철을 타다가 듀랑고로 와서 면접은 잘 치렀다. 11년 정도 걸렸다.
듀랑고 노트 #113
워프 때 깔렸어. 그대로 죽으면 비참하잖아. 그래서 다릴 자르고 나왔어. 공룡이 와서 잘린 다리를 먹었지. 그 이후론 살만 해. – 목발을 짚은 사람
듀랑고 노트 #114
처음 한 시간 정도는 다들 스마트폰을 봤어. 서로 신호가 잡히냐고 물었지. 그러다 흩어졌고 모든 게 시작됐지. 미래엔 먹통된 스마트폰 갖고 계시의 시대가 끝났단 상징이라 할 거야. – 누군가
듀랑고 노트 #115
배에 화물이 잔뜩 있는데 기름이 부족했어. 보트 타고 내렸어. 침몰했거나 아직도 떠돌고 있겠지. 그걸 다 챙겼으면 굉장했을 텐데. – 어느 선원
듀랑고 노트 #116
마지막 담배는 내용물을 꺼내서 잘게 나누고 얇은 종이로 말았다. 다 같이 나눠 피며 말했다. 이참에 금연하자고. 그때 무리를 이탈했던 동료가 시가를 물고 돌아왔다. 다음 날부터 택배 상자를 찾아 다녔다.
듀랑고 노트 #117
난 전기를 배웠어. 공룡을 본 순간 '실직이군' 직감했어. 근데 아직도 전기는 택배 때문에 이곳저곳 쓸 데가 있어. 엄마 말 따라서 손해볼 거 없다고. – 어느 기술자
듀랑고 노트 #118
사무실에 랩터가 들어 왔을 땐 몰래 카메란 줄 알았어. 지금이라도 어디에 카메라가 있는지 말해줘. 아니면 댁이 밟고 있는 내 사냥감에서 발 떼든가. – 화가 난 사냥꾼
듀랑고 노트 #119
아내를 다시 못 볼 것 같았다. 2년 후 재혼했다. 다시 2년 후 아내가 듀랑고에 왔다.
듀랑고 노트 #120
어디 출신이냐고? 티라노야. 어떤 남녀가 잡아먹혔어. 둘은 사랑을 나눴고 수정란이 티라노에 착상했어. 사랑의 힘이지. 한 잔 하자고. – 취한 사람
듀랑고 노트 #121
암반에 새겨진 괴낙서. '지구와 듀랑고는 호환성 문제가 많다. 패치는 요원하다. 테라포밍 업체들은 모르쇠다. 외주할 게 있고 직접 할 일이 있다.'
듀랑고 노트 #122
추락 현장을 벗어나자 물살이 센 하천이 나왔다. 벌거벗은 채 뛰어들었다. 나는 완전히 자유다. 스스로 존재하는 인간이 되리라. 나오자 빨래를 든 사람들이 노려 보았다.
듀랑고 노트 #123
처음엔 이곳이 원시 사회 같았다. 사유지 침해로 재판 피고가 되자 현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. 얼마 뒤 원고가 랩터에게 물려 죽었다. 이 시대를 뭐라 할지 포기했다.
듀랑고 노트 #124
사냥에 소요되는 모든 시간은 맨아워(manhour)란 개념을 씁니다. 한 명의 사냥꾼이 한 시간을 들이는 걸 1맨아워라고 하죠. 티라노사우루스는 1만 맨아워에 달합니다.
듀랑고 노트 #125
어느 묘비명 '사는 게 쉽지가 않다. 어쨌건 난 죽었다. 다들 고생해라.'
듀랑고 노트 #126
누군가는 종교를 버렸고 누군가는 더욱 돈독해졌다.
듀랑고 노트 #127
'원자탄과 인터넷이 다시 등장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?' 당장 빵 반죽 하나, 활 하나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런 얘길 하고 있으면 기가 찬다.
듀랑고 노트 #128
공룡이 일상으로 편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이민자가 정착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는 짧았다.
듀랑고 노트 #129
세상엔 두 견해가 있다. '새로운 섬을 발견하는 건 기쁘지만 안정을 찾고 싶어요.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죠.' '한 섬에 머무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. 결혼만큼요.'
듀랑고 노트 #130
그의 명복을 빕니다. 인류는 모두 그의 죽음에 빚을 졌습니다. 담배 대체재를 찾는다고 천 가지가 넘는 신종 식물을 맛봤거든요.
듀랑고 노트 #131
듀랑고에서 살며 느낀 것 중 최악인 건, 다들 지구의 안 좋은 점까지 미화한다는 거다. 지구에 관해선 아무 것도 말하지 마라. 그러면 아무 거나 다 좋아 보이니까.
듀랑고 노트 #132
공룡을 보자 가장 통곡한 사람은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는 사람이었다.
듀랑고 노트 #133
앙코라는 유황 냄새가 진하게 난다. 그 냄새가 그립다. 화산 터졌단 얘긴 아직 못 들었는데 언젠가 터지긴 하겠지.
듀랑고 노트 #134
우리는 듀랑고를 직접적으로 연구할 역량이 부족합니다. 일단은 지구의 지식을 정리하고 가르치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. 조급해 하지 말고 낙관하며 삽시다. 인류는 깁니다.
듀랑고 노트 #135
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. 달리 말하자면 아직 답이 없다.
듀랑고 노트 #136
신생 부족은 대부분 뭔가 부족했다. 요리 경력 없는 친척이 퇴직금으로 연 식당 같았다.
듀랑고 노트 #137
부족령에 범죄자 수송차량이 워프했을 때 회의가 열렸다. 강경파는 그들을 전부 즉시 처형할 것을 주장했다. 온건파는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처형하자고 주장했다.
듀랑고 노트 #138
공룡 기병이 처음 상륙했을 때는 외계가 침략하는 기분이었다.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. 외계인이 차원도약으로 공격하면 인류도 차원도약으로 반격할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139
언어상을 살펴보면 공룡과 전염병에 관한 욕설이 늘었다. 순화해서 말하면 다음과 같았다. 내가 어제 잡은 랩터 뱃속에 너의 누군가의 뼈가 있더라.
듀랑고 노트 #140
유치원생이 탄 단체버스가 밀림 한가운데 워프했다. 우리가 갔을 때 유치원생은 한 명도 보지 못 했지만 찢기고 피가 묻은 옷은 무척이나 작았다.
듀랑고 노트 #141
실탄 4천발을 가진 군인들이 워프했을 때 부족장은 핵폭탄 투하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.
듀랑고 노트 #142
많은 임종을 봤지만 가까운 이의 임종은 적응이 안 된다.
듀랑고 노트 #143
내 택배 상자에서 고양이가 나왔다. 460km 떨어진 섬에서도 보러 왔다.
듀랑고 노트 #144
밥 먹기 전에 아무한테나 기도를 했다. 오늘도 죽지 않고 다치기만 하게 하시고 간도 안 되고 좀 썩은 고기를 구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. 내일은 꼭 죽게 하소서.
듀랑고 노트 #145
듀랑고 생활은 투병 생활과 같다.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극복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.
듀랑고 노트 #146
워프는 단 한 번만 겪는다는 점에서 죽음과 같다. 워프를 겪었으니 죽음은 면제해 달라고 청원을 낼 생각이다. – 불사신 꿈나무
듀랑고 노트 #147
사람들의 첫 해 사망률은 19세기 신생아랑 비슷하다. 1년을 살면 장기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. 이곳에서 보건은 첫 돌을 넘기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. 19세기 신생아처럼 말이다. 응애.
듀랑고 노트 #148
개척자의 삶은 두 방향입니다. 무능해질 때까지 유능하거나. 유능해질 때까지 무능하거나.
듀랑고 노트 #149
제2차 부족전쟁은 공식 확인된 전사자가 4천683명이다. 공식적으로 원인은 불명이나 경제적 갈등이 있던 부족장 모임에서 누군가 A부족장의 남편에게 성희롱 농담을 했던 사건이 정설이다.
듀랑고 노트 #150
'여기서 시간은 혼잡합니다. 공룡이 살아있고 스마트폰 화석이 나오죠. 알고 있던 모든 관념이……. 무너져 내렸어요.' '지각한 이유는 잘 알겠습니다.'
듀랑고 노트 #151
새로운 시간 개념 표현을 만들어야 한다. 미래에 만들어, 과거로 워프해, 현재 발굴되는 무기는 고대무기인가 미래무기인가?
듀랑고 노트 #152
어느 부족은 다른 시대에서 온 물건에 관세를 붙이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었다.
듀랑고 노트 #153
그는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. 하지만 분노 조절을 하지 못 했고 수습하다 보니 새로운 부족장이 되었다.
듀랑고 노트 #154
듀랑고에 온 첫날,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서 성실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. 다음 날에 만난 사람이 공룡뼈 점과 랩터 경주를 알려줬다.
듀랑고 노트 #155
여긴 마약 카르텔이 만든 세계야. 놈들은 마약을 운송하려고 차원문을 만든 거야. 그러다가 기계가 관리가 안 돼서 워프가 막 발생하는 거야. – 광인
듀랑고 노트 #156
외계인들이 실험 중인 거야. 지구 생물 중 누가 제일 센지. 실험이 끝나면 모두가 질량이 0이 돼 소멸할 거야. 그러면 차가운 음성이 들리겠지. 44차 실험 종료. – 광인
듀랑고 노트 #157
나는 자산투자 전문가로 200억달러를 담당했어. 아내는 아름다웠어. 애인은 수염이 중후하고 권력이 있었지. 근데 워프 때 뇌세포가 손상을 겪어서 기억이 불명확해. – 허풍선이
듀랑고 노트 #158
최근 워프 경험담 채록을 하겠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부족원들의 주의 바랍니다. – 부족 안내문
듀랑고 노트 #159
섬 북부에서 사육하던 스밀로돈 무리가 우리에서 탈출했습니다. 위험하니 부족원들은 남쪽으로 가능한 빨리 피신하십시오. – 부족 공지문
듀랑고 노트 #160
고향을 떠난 여러분의 슬픔과 고단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. 그렇지만 여러분의 곁에는 늘 부족이 있습니다. 즐거운 연말 되십시오. – 부족 뉴스레터
듀랑고 노트 #161
연말이면 같은 비행기로 워프한 사람들과 모인다. 서로 다른 부족에 가입했고 부족이 적대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날만은 지구인의 기분으로 산다.
듀랑고 노트 #162
듀랑고에 왔을 때 79세였어. 다들 안타까워했지. '이런 곳에서 노년을 보내다니 참 불행하시군요.' 이러면서 말이야. 이제 난 89세야. 도자기도 굽고 농사도 지어. 99세가 되면 뭘 할까? – 89세
듀랑고 노트 #163
우리 부족은 오늘 11시를 기해 T부족에 선전포고했습니다. 우리는 가능한 모든 비군사적인 방법을 시도했으나 이제 제한적인 군사력으로 현재 상황에 대처하려고 합니다.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.
듀랑고 노트 #164
갑자기 예비역 소집 명령이 내려 훈련을 받았다. 협상 중이란 얘기도 돌았지만 곧 무전으로 선전포고를 방송했다. 새벽에 일어나 노를 저었다. 상륙 후 덫이 폭발했다. 같은 천막 10명 중 3명이 그날 아침 죽었다.
듀랑고 노트 #165
04:14 작전 시작, 04:21 적 우측 붕괴, 04:33 204해변 확보 완료. 아군 총원173, 사망17, 실종4, 중상17, 경상29, 전투가능인원135. 적군 총원300(추산), 사망51, 포로(부상자 포함)57. 끝. – 전투요약보고
듀랑고 노트 #166
전쟁을 준비하며 부족은 본섬 북쪽 들판의 사유지를 사들였다. 아직 들판은 비었지만 곧 묘비가 들판을 가득 메울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167
지구 사람들이 읽는다 가정하고 이곳의 기록을 남기고 있어.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. – 기록하는 자
듀랑고 노트 #168
그 우울한 화산섬이 모든 것의 시작이리라. 오래 전 아프리카를 떠났던 그들처럼. – 자칭 앙코라의 남작
듀랑고 노트 #169
균일한 섬의 분포는 누군가가 설계한 것도 같고 단순히 자연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인간의 버릇 탓일 수도 있다. 인간은 우주의 종말까지 이 문제를 토론하느라 시간을 보낼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170
공룡이 끄는 수레의 너비는 아피아 가도와 같다. 로마인이 지적 재산권을 등록했다면 아직도 로열티를 받을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171
위안이 되는 건 워프로 영사 장비가 유입이 된다는 거에요. 가끔씩 영화를 봐요. 저작권자가 얻는 건 없지만. – 영화광
듀랑고 노트 #172
연극배우로 살긴 힘들지만 여기서는 연극이 다시 주류가 됐어요. 그렇지만 전 여전히 비인기 배우라서 살기는 힘듭니다. – 어느 배우
듀랑고 노트 #173
듀랑고는 작은 섬이 많고 자급자족 경향이 강했다. 그 때문에 부족 동맹은 느슨한 연합체 성격이 강했다.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다.
듀랑고 노트 #174
이곳은 대기, 해수, 토질 구성비가 신생대 지구와 비슷하지만 여러 시대의 생물이 적응합니다. 우리가 알던 생물과 유사하지만 아예 다른 생물일 수도 있습니다. – 비전문가
듀랑고 노트 #175
외계인들이 멸종한 생물을 나노기계로 복원했어. 나노기계가 유전자까지 갖고 있지. 그 친구들이 그걸 듀랑고로 보내고 있어. – 광인
듀랑고 노트 #176
'그들은 지구와 듀랑고를 오갈 수 있지만 실험을 은폐하려고 동족을 방치하는 거야. 이 실험에서 살아남는 자들로 신 인류를 만들려고.' '그 얘기 말이야. 외계인이 빠졌어.'
듀랑고 노트 #177
워프로 듀랑고에 온 사람들의 출신 시간대는 같지 않다. 현대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시간대는 사람마다 다르다.
듀랑고 노트 #178
항공기나 대형 선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시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화물신앙은 빈번히 나타난다. 워프신앙은 시대에 무관하게 나타난다.
듀랑고 노트 #179
공룡이 폭력적이라고 법률로 공룡의 활동을 제한할 수는 없다. 폭력으로 종식되는 폭력도 있기 마련이다.
듀랑고 노트 #180
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어서 채집할 때 데리고 다녔다. 내가 통발을 걷고 있으면 아이가 물가에 앉았다. 점심으로 생선포를 먹었다. 아이에게 잡은 생선을 손질하는 법을 가르쳤다.
듀랑고 노트 #181
많은 부족이 3권 분립을 하기엔 인원이 부족했다. 1인 부족의 독재자도 많았다. 다중인격으로 1인 100명 부족을 유지하는 독재자도 있었다.
듀랑고 노트 #182
방역 업무를 했어. 언젠가 어느 섬이 전염병으로 몰살했대. 소각 지시를 받고 상륙해 불을 내고 카누를 탔어. 한참 나가는데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야. 배를 돌렸지만 늦었지. – 끔찍한 회고
듀랑고 노트 #183
처음에는 전염병을 공룡에서 유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. 그러나 역학조사 결과 대부분의 전염병은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접촉하며 형성된 병원균 때문이었다.
듀랑고 노트 #184
불안정섬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?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? 알 수 없다. 돈 될 것이나 챙기자. – 세속적인 이상주의자
듀랑고 노트 #185
듀랑고에서는 누구나 왕이 될 수 있습니다.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십시오. – 부족스타트업협회
듀랑고 노트 #186
내가 어제 좀 취했어. 근데 말하는 고양이가 와서 위스키를 판다는 거야. 가니까 땅굴에 술집을 차린 거야. 거긴 아직도 카드를 받아. – 알코올 중독자
듀랑고 노트 #187
말하는 고양이를 목격했다는 알코올 중독자가 증가하고 있다. 시덥잖은 일이다.
듀랑고 노트 #188
그들은 평범한 고양이였으나 워프 중 5차원 컴퓨터를 만났다. 그들은 클라우드 두뇌를 달아 다양한 사고가 가능해졌다. 선물로 데킬라와 위스키를 줄 만큼 선량한 종족이기도 하다. – 알코올 중독자 부족장
듀랑고 노트 #189
K를 다시 만나면 K가 무슨 뜻인지, 어디 사람인지 묻고 싶다. 고대의 공주였는데 워프해 현대적으로 바뀐 사람이면 좋겠다. – 어느 망상가
듀랑고 노트 #190
우리는 매년 계획을 세운다. 다음 해엔 계획 입안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한다.
듀랑고 노트 #191
야생에선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. 하지만 원시적이지만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있다. 단순히 환경이나 기술 수준만이 우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.
듀랑고 노트 #192
평균수명이 낮아진 탓에 연금의 재정 건전성은 향상되었다.
듀랑고 노트 #193
사람과 달리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. 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.
듀랑고 노트 #194
나는 생존이란 개념을 모르겠습니다. 그건 무생물과 생물의 경계만큼이나 모호하죠. 생존을 위한 거라며 내세운 많은 탐욕을 봤습니다. – 도덕주의자
듀랑고 노트 #195
내가 워프로 너희를 이곳으로 이끌었으니 너희가 이곳의 주인이라. 보이는 땅은 모두의 너희의 부동산이요 흐르는 물은 모두 너희의 동산이니 너희가 다스리리라. 워프교 예언기 1절
듀랑고 노트 #196
최후의 날에 너희 모두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고 워프에 올라 나의 시민은 반물질의 우주에서 빛이 되어 영생하리라. 워프교 예언기 마지막 절
듀랑고 노트 #197
앙코라는 학교와 비슷하다. 나간 뒤부터 거기서 배운 것만으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.
듀랑고 노트 #198
천문학자들은 별자리를 보고 이곳이 지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.
듀랑고 노트 #199
탄광은 갱도 기술의 부재로 지표면을 파고 들어가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수익성은 여전히 훌륭하다.
듀랑고 노트 #200
듀랑고인은 살기 위해 무장을 했다. 이런 무장 문화로 인해 듀랑고에서 역사는 집단이 어떻게 강력한 개인에게서 권력을 얻을 것이냐가 초점이 될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201
현대적인 아이디어에 원시적인 환경이 결합하여 만들어 낼 일들은 가상역사학자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202
듀랑고에서 토론은 이런 식으로 귀결됐다. '칼을 뽑자. 누가 옳은지는 칼이 결정해 주겠지.' 무력은 대법관으로 군림했다.
듀랑고 노트 #203
농지는 아직 일부 섬에서 텃밭을 이루는 정도이다. 인구는 여전히 많은 미개지를 남겨두고 있다. 핵심은 맬서스와 하버 중에 누가 먼저 오냐이다.
듀랑고 노트 #204
공룡 개체 수가 일부 섬에선 위험 수준으로 감소했어. 농법을 개선하고 식량의 내구도를 키우라고 조언했어. 하지만 부족장은 사냥을 늘려 재산이 빨리 크길 원하더군. – 사냥 컨설턴트
듀랑고 노트 #205
생산성 강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. 통치자는 지표상의 성장을 시도하며 단기적인 안목이 많다. 부족 내에서 통치와 생산의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. – 앙코라연구소 보고서
듀랑고 노트 #206
부족에서 궂은 일을 한다고 남들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. 하지만 모자랄 것도 아니다. 굳이 이런 사실을 말하고 다닐 필요도 없다. 하지만 숨길 필요도 없다.
듀랑고 노트 #207
지구에선 대놓고 직업으로 계급을 나누지는 못 하는 시대에 이르렀지만 이곳에선 두고 볼 일이다. – 조용한 눈 센터 보고서
듀랑고 노트 #208
고급가구 수요는 빈부격차와 함께 듀랑고로 왔다.
듀랑고 노트 #209
공룡을 훈련해 시체를 회수하는 사업을 구상했다. 공룡이 회수 도중에 식사를 하는 바람에 사업은 백지화되었다.
듀랑고 노트 #210
일부 섬은 방독면과 방화복이 없으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화산 활동이 강력하다. 우주나 심해 못지 않게 정복되지 못한 곳이다.
듀랑고 노트 #211
관측된 별은 1년도 안 돼 다 이름이 붙었다. 사람들은 이를 두고 과학 발전이 가속할 것이라 했지만 별마다 이름이 수백 개씩 붙었다. 용어 통합에는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.
듀랑고 노트 #212
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우주개발부족을 설립했다. 향후 수십 년간은 생업을 병행하며 화약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했다.
듀랑고 노트 #213
듀랑고의 교육에서 산업혁명 이후는 이론적으로만 설명하고 지나간다. 적어도 듀랑고에서는 고대인들의 하이 테크놀로지가 온당하다.
듀랑고 노트 #214
듀랑고의 부족은 문화인류학의 부족과는 같지 않았다. 사냥, 상업, 동호회나 학술회의, 강력범죄, 불륜, 종교 등 설립 목적이 다양했다.
듀랑고 노트 #215
기차나 배 등 쥐의 유입경로는 다양했다. 쥐는 금세 숫자가 늘어 부족의 식량을 훔쳐먹었다. 반작용으로 고양이 신앙이 나타났다.
듀랑고 노트 #216
불쾌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개개인의 뛰어남보다 가끔은 인구의 양적 규모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. 듀랑고에서 발생했던 많은 문제 중 인구가 늘어나면서 해결된 게 많았다.
듀랑고 노트 #217
좋은 사람들이 먼저 죽었다. 이 말은 죽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.
듀랑고 노트 #218
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아르헨티노사우루스를 볼 때마다 뿌듯해 했다.
듀랑고 노트 #219
콤프소그나투스를 처음 보면 이리들 말한다. '귀여워라.' 그건 너무 위험한 견해다. '너무 귀여워라'가 맞다.
듀랑고 노트 #220
포유류인 스밀로돈을 보면 반갑긴 하지만 생물계통이 정치적 동맹을 뜻하진 않는다.
듀랑고 노트 #221
칭타오사우루스는 맥주로 불린다.
듀랑고 노트 #222
파라사우롤로푸스는 조반류지만 닭이라 불린다.
듀랑고 노트 #223
공룡을 정식 학명 대신에 지구에 존재했던 동물로 대체해서 부르는 표현방식은 모든 언어권에서 나타났다.
듀랑고 노트 #224
공룡이 실제 언어 생활에 편입되자 경제성을 이유로 사우루스는 생략되는 일이 많았다.
듀랑고 노트 #225
고생물들의 실제 생태가 연구되면서 계통 분류는 조정되었다. 우수한 논문이 나올 만 했지만 저널 편집자들이 없었다.
듀랑고 노트 #226
우리는 우리가 공룡과 먼 시대 출신이라 이질적이라 말하지만 그건 여기 사는 공룡끼리도 마찬가지다.
듀랑고 노트 #227
스밀로돈도 티라노가 사는 섬에선 위축되는 편이다. 티라노도 F-22 랩터가 있는 섬에선 위축될 것이다.
듀랑고 노트 #228
섬으로 구성된 듀랑고의 지리에서 대형종이 자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. 이들도 우리처럼 워프로 왔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키우고 있다.
듀랑고 노트 #229
잠수부들과 술을 마시다 들었는데 듀랑고 남쪽 어느 바다 밑에 건물 몇 채가 있다고 했다. 아틀란티스는 아니고 워프인 것 같다고 하더라.
듀랑고 노트 #230
고대인들은 자신들 때문에 매머드가 멸종했을 거란 우리의 추측에 극도로 거부감을 보였다. '우리 동네선 매머드를 잡은 적도 없는데 고대인이라 싸잡아 말하면 안 돼.'
듀랑고 노트 #231
'이상하지 않아? 우리가 온 시대 이후 녀석들은 없다고.' '네가 너무 원시적이라서 밝히기 싫은가봐.'
듀랑고 노트 #232
듀랑고 포인트: 앙코라는 빨리 탈출하는 게 좋다.
듀랑고 노트 #233
듀랑고 포인트: 고기를 오래 보관하려면 산업혁명을 일으켜 냉장고를 개발하면 된다.
듀랑고 노트 #234
듀랑고 포인트: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는 것이 좋다.
듀랑고 노트 #235
듀랑고 포인트: 마모가 심해 파괴 직전인 무기는 마모될 때까지 쓰면 된다.
듀랑고 노트 #236
듀랑고 포인트: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났을 때는 죽는 게 좋다.
듀랑고 노트 #237
듀랑고 포인트: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전염병을 전담할 부서 현판식을 하는 게 좋다.
듀랑고 노트 #238
듀랑고 포인트: 단기간 내에 뛰어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태어나야 한다.
듀랑고 노트 #239
듀랑고 포인트: 생선을 맛있게 구우려면 며칠 굶는 게 좋다.
듀랑고 노트 #240
듀랑고 포인트: 피로도가 올라가면 쉬는 게 좋다.
듀랑고 노트 #241
듀랑고 포인트: 모든 것의 궁극적인 답은 아래와 같다. 적을 공간이 없다.
듀랑고 노트 #242
여기엔 동쪽의 마녀도 서쪽의 마녀도 없어. 대신 동쪽에도 서쪽에도 공룡이 있단다. 마녀와 공룡은 좋아하는 음식이 같지. – 자생 동화
듀랑고 노트 #243
공룡한테 물려 죽는 건 그냥 교통사고 정도라 생각하면 편하다. 단 운전면허가 1세 이상에게 발급된다고 가정하고 모든 차의 주행거리가 50만 킬로미터 이상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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